화성 8차 살인사건의 진범과 사형제도
흔히 드라마나 소설은 드라마틱하다. 작가는 인간의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있을법한 소설을 써낸다. 소설같은 인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더 드라마틱하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유전자 검사로 밝혀져서 충격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의 진범이 누군한 하는 것은 소설같은 현실이다.
‘화성 8차 살인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13살 박모 양이 피살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를 토대로 윤씨를 체포했고 윤씨는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을 통해 범인으로 확정됐다.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19년 6개월간 복역한 후 모범수로 석방됐다. 재판 전 구치소 구속기간을 합치면 2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다. 영원히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56)씨가 10월 초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화성 8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여 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윤 빈첸시오(52)씨가 “감옥에서 천주교에 입문해 신앙의 힘으로 버텼다”고 밝혔습니다. 윤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옥중에서도 재심을 고민했으나 증거가 없어 뒤집기 어렵다고 주변에서 말렸다”며 “하느님이 도와주셔서 재심의 기회가 생긴 것 같고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면 세례명 빈첸시오처럼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윤씨는 “당시 경찰 수사는 모두 조작됐으며 경찰이 사흘간 잠을 못 자게 해서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며 “사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1심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가 2심 때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돈으로 1500만 원을 줘야 개인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며 “돈이 없어서 국선변호사를 선임했지만 1ㆍ2심 통틀어 두 번 봤고 재판에서 ‘선처를 바란다’고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법인으로 지목된 윤씨는 어떻게 그 긴 20년세월을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윤씨는 감옥에서 천주교에 입문해 신앙의 힘으로 버텼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하느님께서 재심의 기회를 주셨다고 고백했다. 경찰도, 검사도, 변호사도, 판사도 누구하나 귀담아 듣지 않는 막막한 세월, 비슷한 누명을 쓰고 고초를 당한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냉혹한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그의 피를 쏟는 하소연을 쏟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현실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참 힘든 일을 살아내고 견디어 낸 윤씨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정말 대단한 분은 이 사람을 이렇게 살아내게 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교정, 교화 활동을 하고 있는 천주교 담당 교정위원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씨가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만약 윤씨가 사형을 선고받아 사형을 당했다면 되돌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사형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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