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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는 자세

by 사통팔달 주막집 2018. 3. 30.

봄을 맞는 자세


이정하


봄이 와서 꽃 피는 게 아니다

꽃 피어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긴 겨울 찬바람 속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면서도

기어이 새움이 트고 꽃 핀 것은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던

봄을 데려오기 위함이다


골방에 처박혀 울음만 삼키고 있는 자여 ,

기다린다는 핑계로 문을 잠그지 마라

기별이 없으면 스스로 찾아 나서면 될 일.

멱살을 잡고서라도 끌고 와야 할 누군가가

대문 밖 저 너머에 있다


내가 먼저 꽃 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문 열고 나서지 않으면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끝끝내 추운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