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당신의 길
나는 모릅니다
나는 왜 당신을 밟고 가야 하는지
당신의 핏자국을 왜 오늘도 밟고 가야 하는지
당신의 체온을 한숨을 눈물을 고독을 허무를
왜 오늘도 내일도 밝고 가야 하는지
여기저기서 당신의 살점이 발에 밟힙니다.
당신의 아픔이 발바닥을 사정없이 찌르는군요
온 몸의 피가 술술 새나갑니다.
그러자 막혔던 숨통 터지며 다시
발을 옮길 수 있군요.
난 이유 없는 이 길을 다시 가야 하는군요.
그럴 밖에 다른 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이 절망하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가신 길,
내가 누군데 안 갈 수 있겠습니까?
-문익환 목사, 신학자, 통일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