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기도
십자가의 길 기도
시작성가
†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은 참 하느님이시나 당신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까지 순명하심으로 구원과 부활의 사랑을 드려 내셨으니 감사하나이다. 그 사랑과 순명으로 사람이 영원한 생명에 이름을 보이셨으나 우리들은 자주 죄와 어두움에 빠지나이다. 이제 구하오니, 우리의 마음을 감화하시어 주님의 길을 따라감으로 우리의 죄와 어두움을 깨닫고 회개하여 새롭게 거듭나게 하소서.
♧ 지금 네가 걷고자 하는 이 십자가의 길은 너 홀로 걷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너와 함께 걷는다. 2천 년 전 내가 걸었던 십자가 길과 지금 너의 길은 또한 하나이다. 그러나 이 차이를 기억하라. 네가 너의 생애를 죽음으로 장식하기 전까지 나의 생애는 미완성이라는 것을, 이제 나의 길은 너의 삶으로 장식될 때 비로소 완성되리라.
† 주님, 우리 입을 열어 주소서.
◉ 우리가 주를 찬미하리이다.
† 하느님, 우리를 속히 구원하소서.
◉ 주님, 우리를 빨리 도와주소서.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제 1처 예수, 사형 선고를 받으시다.
† 예수는 가야바의 집에서 모욕과 누명을 받으셨습니다. 또한 헤롯의 왕궁에서는 온갖 조롱을 다 받으셨으며 마침내 빌라도의 재판정에 끌려가 외로이 서셨습니다. 예수님의 등은 채찍으로 맞아 부풀어 있었고, 그의 머리에는 가시관이 씌워졌습니다. 그러나 끝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묵상)
♧ 나의 분신들아, 나는 빌라도의 손에서 내 아버지의 뜻을 본다. 빌라도는 의롭지 못하나 합법적 통치자로서 나를 지배한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의 아들에게 순명한다. 이것이 아버지의 뜻이기에 내가 빌라도의 명령에 순종할 수 있다면, 너 또한 억울하고 부당한 순간 속에서도 나의 순종을 배울 수 있겠느냐?
◉ 주님, 부당한 고발을 당하게 될지도 모를 우리에게 모범이 되시고자 침묵하신 당신의 순명에 머리를 숙입니다. 그들은 주님을 고발하고 못박았으나 당신은 다시 일어나시어 온 세상에 생명을 가져 오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제 2처 예수, 십자가를 지시다.
+ 무거운 십자가는 예수의 어깨 위에 지워졌습니다. 주님은 한마음으로 주저하지 않고 그 고통이나 책망을 감수하면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습 니다.(묵상)
♧ 이 십자가, 이 나무 기둥은 나의 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고르신 것이다. 오늘날에도 세계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십자가를 지고 있다. 그들은 불의한 상황에 대하여 아무런 선택권이 없이 나처럼 그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너희도 그 분의 손에서 그 십자가를 받으라. 마음에 새겨 두어라. 나의 분신들아, 너희의 짐이 조금이라도 불어나 너희의 힘에 부치게 되는 그런 일은 결코 없으리니.
◉ 나의 예수님, 우리를 도우시어 우리 자신의 십자가와 이웃의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 힘을 주십시오. 가난과 고통, 외로움 , 나의 실망과 패배와 걱정거리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이따금 상기시켜 주십시오. 제 십자가를 짐으로써 저는 당신과 함께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있음을. 그리고 저는 당신 십자가의 파편 하나만 지고 가지만 당신은 그 댓가로 그 파편을 제외한 저의 모든 짐을 지고 가심을.
제 3처 예수, 첫 번째 쓰러지시다.
† 무거운 십자가로 인하여 주님의 몸은 지쳤습니다. 군중들의 조롱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주께서는 의연히 갈보리 산을 향하여 걸어 가셨습니다. 그러나 지난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당하신 괴로움으로 피곤하셨고 채찍으로 받은 상처가 너무 고통스러우셔서 그만 땅에 쓰러지셨습니다.(묵상)
♧ 당신 뜻 하나로 삼라만상을 만드시고 존재케 하시는 하느님께서 나무 기둥 하나의 무게도 감당하시지 못하실 정도로 나약한 인간이 되셨다. 나약함을 지닌 사람의 아들, 그는 얼마나 인간적인가? 나의 아버지께서 그렇게 되길 원하셨다. 안 그러고서 나는 너희들의 모범이 될 수가 없었다. 너희가 만일 나의 분신이 되고자 한다면 너희 역시 불평 없이 너희들의 인간적 나약함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 주 예수님, 저의 나약함을 봅니다. 짜증과 변덕, 골치 아프고 피로해 함을, 그러나 이제 우리 몸과 마음과 영혼의 모든 나약함들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 모든 것이 저를 겸손케 하시는 당신의 뜻이기에 사람됨의 이런 ‘장애’들을 기쁘게 참아 받겠습니다. 제가 불만스럽게 여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제 4처 예수 어머니를 만나시다.
† 예수님은 땀과 피로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가 어머니 마리아를 만났습니다. 만남의 기쁨보다는 슬픔의 눈물이 어머니 마리아의 가슴을 찔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를 지극히 사랑하셨습니다.(묵상)
♧ 어머니께서 내가 채찍질 당하는 것을 보신다. 발로 채이고 짐승처럼 몰리는 것을 보신다. 어머니는 나의 모든 상처를 헤아리신다. 어머니의 영혼은 고뇌에 차 흐느끼시건만 그러나 아무 항의도 불평도 않으시고 그럴 생각조차 안 해 보신다. 어머니는 나의 순교를 나누시고 나는 어머니의 순교를 나눈다. 우리는 서로의 눈앞에 어떤 고통도 어떤 슬픔도 숨기지 않는다. 이것이 내 아버지의 뜻이다.
◉ 나의 예수님, 주님이시여, 제게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압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이 우리 자신의 고통을 참는 것보다 힘듭니다. 당신의 뒤를 따라 제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저 역시 제가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을, 그들의 아픈 마음과 병고와 슬픔을 서서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 고통 역시 지켜보게 해야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그 모든 일이 십자가의 사랑에로 나아가는 길인 것을 믿습니다.
제 5처 시몬, 예수를 돕다.
†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고 한 발자국도 걸어갈 수 없었습니다. 병사들은 예수님을 따라 가던 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강제로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몬은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이 고통을 덜어 드리게 됨을 기뻐하였습니다.(묵상)
♧ 내 힘이 다 했다. 더 이상 혼자 십자가를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병사들이 시몬에게 나를 돕게 했다. 이 시몬은 너희와 같다. 나의 분신들아, 내게 너희들의 힘을 달라. 너희들이 다른 사람의 등에 얹힌 짐을 덜어 줄 때마다 너는 바로 네 두 손으로 나를 짓누르는 저 십자가의 끔찍한 무게를 덜어 주는 것이다.
◉ 주님,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웃에게 작은 친절을 나눌 때, 사람들이 기피하는 작은 십자가를 지고 갈 때, 작은 정성으로 약한 사람을 도울 때, 주린 이들을 먹일 때, 헐벗은 이를 입힐 때, 우는 사람의 눈물을 씻어 줄 때,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싸우고 헌신할 때, 나의 이름은 곧 시몬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제 이웃들에게 베푸는 사랑과 친절이 주님께 베푸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제 6처 베로니카, 예수를 돕다.
† 골고다를 향한 십자가의 행렬에서 예수님의 얼굴은 피땀으로 얼룩졌습니다. 군중들 속에서 애처롭게 바라보며 따라가던 베로니카는 예수님의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보고 사람들을 해치고 들어가 깨끗한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씻어 드렸습니다. 이 거룩한 행적으로 땀을 씻은 수건에는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졌습니다.(묵상)
♧ 내 분신들아, 어떻게 너는 내 피투성이 얼굴을 닦아줄 만큼 용감해질 수 있느냐? 내 얼굴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거냐? 가정에서, 일터에서, 병원에서, 사무실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눈물이 존재하는 그 어디에나 거기에 내 얼굴이 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내 피와 눈물을 닦아줄 너희를 찾는다.
◉ 주님, 이웃에게서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고통 받는 얼굴이 나타날 때 두려워서 달아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주님, 제 안에서 사시고 제 안에서 행동하시고, 제 안에서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제 안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 안에 서, 그리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의 피 뭍은 얼굴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얼굴을 드러내게 해 주십시오.
제 7처 예수 다시 쓰러지시다.
† 예수님은 죄 없이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발걸음을 띠면 띨수록 상처는 깊어져 이마에는 땀방울이, 어깨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습니다. 마침내 예수님은 힘없이 다시 땅에 쓰러지셨습니다.(묵상)
♧ 이 일곱 번째 단계는, 나의 분신들아, 너희들의 의지를 시험하는 단계이다. 이번 넘어짐에서 너희들은 사랑을 행함에 있어 꾸준하기를 배워라. 너희의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둣하고 ‘나는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고 생각될 때가 올 것이 다. 그때는 나에게 돌아와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를 믿어라. 그리고 계속 나아가라.
◉ 주님, 저에게 주님의 용기를 주십시오. 실패감에 무겁게 짓눌려 완전히 비참해져 있을 때, 주님의 손을 뻗치시어 저를 일으켜 주십시오. 사랑을 행함에 있어서 중단해서는 안 되고 꾸준해야 됨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도와주십시오.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당신께서 원하시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겠습니다.
제 8처 예수, 여인들을 위로하시다.
† 주 예수여, 십자가의 길을 보는 군중 가운데 많은 여인네들이 그 슬픈 모습을 보며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구세주를 버린 예루살렘이 받을 하느님의 심판을 이미 아셨으므로 여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하여 울라’고 하셨습니다.(묵상)
♧ 내가 몇 번이나 예루살렘의 자녀들을 내 앞에 불러 모으기를 고대했던가. 그러나 그들은 마다했다. 그런데 지금 이 여인들이 나를 위해 운다. 그리고 내 마음은 그들 때문에, 그들이 장차 겪게 될 설움 때문에 슬퍼한다. 나는 나를 위로하려는 이들을 위안한다. 너희는 얼마나 온유할 수 있겠느냐, 나의 분신들아, 얼마나 친절할 수 있겠느냐?
◉ 나의 예수님, 수난 중에 지니신 주님의 그 연민과 사랑은 비할 데가 없습니다. 주님, 저를 가르쳐 주시고 제가 배우게 도와주십시오. 누가 저를 비웃음과 오해로 마음 상하게 하거나, 제 사생활을 침해하는 이들에게 그저 한마디 쏘아 주고 싶을 때, 그때 제 혀를 다스리게 도와주십시오. 온유를 외투 삼아 입게 해 주십시오. 주님, 제가 당신처럼 친절하게 되게 해주십시오.
제 9처 예수, 세 번째 쓰러지시다.
† 예수님은 거의 갈보리 산에 다 이르러 세 번째 땅에 쓰러지셨습니다. 하지만 잔인한 병사들은 인정사정없이 예수님을 때리고 일으켜 세워 골고다로 끌고 갔습니다. 병사들은 자기들이 하는 짓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습니다.(묵상)
♧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나는 그만 길가에 깔린 자갈 위에 누워 버린다. 몸을 꼼짝할 수가 없다. 아무리 때리고 발로 차도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도 내 의지는 나의 것이다. 이것을 알아두어라 나의 분신들아, 비록 너희들의 몸이 으스러지게 되더라도 지상의 그 어떤 힘도, 지옥의 그 어떤 힘도 너희 의지를 너희에게서 앗아갈 수는 없다. 너희들의 의지는 너희 것이다.
◉ 나의 주님, 저는 주님께서 잠시 쉬신 다음 다시 일어나 비틀거리며 걸어가시는 것을 봅니다.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 의지는 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온힘이 다 빠지고 죄와 자책감에 짓눌려 움직일 수조차 없게 여겨질 때, 저를 배반의 죄에서 보호하시고 절망에서 구해 주십시오. 주님, 제가 지은 그 어떤 죄라도 그 죄가 주님의 사랑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일이 결코 없게 해 주십시오. 제 과거가 어떠했던 간에 저는 새로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 10처 예수, 옷을 벗기우시다.
† 마침내 예수님께서 골고다 산 위에 도착하시자 간악한 병사들은 예수님이 옷을 벗기었습니다. 옷에는 피와 땀이 뒤엉켜 범벅이 되었지만 거룩하신 주님의 자태는 흔들림 없이 군중들의 조롱과 경멸을 참고 계셨습니다.(묵상)
♧ 보아라, 나의 분신들아, 가장 가난하게 살아 온 왕의 모습을, 내 창조물들 앞에 나는 발가벗고 서 있다. 내 침상인 십자가, 이것마저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누가 일찍이 나처럼 부유했더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으로써 나는 모든 것을 소유한다. 내 아버지의 사랑을, 너희 역시 모든 것을 갖고 싶거든 너희 양식과 너희 옷과 너희 생명마저도 애써 구하려 들지 말아라.
◉ 나의 주님, 저의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칩니다. 제가 지닌 모든 것을, 저 자신을, 명성과 직위와 재산에 대한 갈망에서 저를 떼어놓아 주십시오. 저 보다 더 가진 이웃들에 대해 지녔던 모든 질투의 자취들을 뿌리 뽑아 주십시오. 자만의 악덕에서, 자신을 치켜 올리고픈 갈망에서 풀어 주시고 가장 낮은 곳으로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주님, 제 마음이 가난하게 되어 주님 안에서 풍요를 누리게 해 주십시오.
제 11처 예수, 십자가에 못 박히시다.
† 십자가를 땅위에 놓고 예수님의 팔과 손을 십자가 위에 펴게 하였습니다. 상처받으신 정결한 몸이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지시고 죄 없이 하느님께 바쳐지는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몸을 병사들에게 내어 주셨습니다. 병사들은 저주하는 나무에 예수님의 두 팔과 두 발을 망치로 못 박았습니다. 순간 붉은 피가 땅을 적셨습니다.(묵상)
♧ 너희는 십자가 형벌이 어떤 것인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 형집행인들이 팔을 잡아 당겨서 손과 팔목을 나무에 붙들어 매고 못을 눌러서 살을 뚫는다. 그리고는 망치 한 번 세게 내리쳐 못을 박는다. 그러면 머리 속에서 폭음탄이 터지듯 고통스럽다. 그들은 다른 팔을 잡는다. 그러면 또다시 고통이 폭발한다. 그런 다음 무릎을 세워서 발이 나무에 딱 닿게 하고서 또 한번 망치를 휘둘러 내리친다.
◉ 나의 하느님, 당신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제 영혼이 이토록 귀한 것이 옵니까? 그 보답으로 제가 과연 무엇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지금 여기서 저는 제 평생 장차 받게 될 그 모든 병고와 고뇌와 고통을 받아들입니다. 그 모든 십자가에 입을 맞춥니다. 오, 복된 십자가는 나로 하여금 당신과 더불어 내 동료를 구원하는 협조자가 되게 해 줍니다.
제 12처 예수, 숨을 거두시다.
† 예수님은 오랜 동안 십자가에 못 박혀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죽음보다 더 견디기 힘든 순간을 예수님은 말없이 받아 들이셨습니다. 못 박힌 팔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려내려 땅을 붉게 적시는데 그 수난 중에서도 예수님은 회심하는 죄인을 용서하시고 사랑하시는 어머니 마리아를 제자 요한에게 부탁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 이루었다’ 는 말씀과 함께 운명하셨습니다.(묵상)
♧ 이제 십자가는 설교대가 된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너의 어머니이시다… 당신의 아들입니다… 목마르다… 다 이루었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옵니다. ”
말 한마디 하려면 팔목과 발에 힘을 주어 온 몸을 세워야 하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의 새 파도가 몰려 와 나를 삼킨다. 이제 견딜 만큼 견디고 나의 인간성을 모두 비워 냈을 때, 나는 이승의 목숨을 떠나 보낸다.
◉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고 무엇을 하겠습니까? 저는 당신께 저의 죽음을 바칩니다. 저를 위해 마련된 죽음의 시각과 죽음의 형태를 지금 받아들이면서 그에 따를 모든 고통도 함께 바치옵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우리를 버리지 마옵소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제 13처 예수, 십자가에서 시신이 내려지다.
† 십자가에 예수님께서 운명하시자 많은 군중들은 흩어졌습니다. 갈보리 산에는 다만 주의 사랑하는 제자와 현숙하고 믿음 있는 여인네들이 십자가 밑에서 통곡하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위로해 드릴 뿐이었습니다. 아리마태 요셉과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조심스럽게 모셔 내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겨 드렸습니다.(묵상)
♧ 희생은 이루어졌다. 그렇다 나의 성찬례는 완성되었다. 하지만 내 어머니의 성찬례와 내 분신들인 너희들의 성찬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낳으신 당신의 아들의 죽은 몸을 팔에 안고 어르셔야 한다. 너희 또한 너희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져야 하고 슬픔이 너희에게 닥쳐올 것이다. 너희가 애도에 잠길 때 이를 생각하라. 나의 어머니가 나의 수난을 나눔으로써 수많은 영혼들이 구원되었음을.
◉ 주님, 반드시 오고야 말 이별들을 제가 받아들이게 도와주십시오. 멀리 떠나야 할 친구들과의 이별, 집을 떠나야 할 형제들과의 이별,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 신께서 나의 사랑하는 이들을 당신께로 불러들이실 때의 이별을. 그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시오.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기쁨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제 14처 예수, 묻히시다.
† 주님의 시신은 성모 마리아로 부터 제자들에게 정중히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아리마태 요셉이 준비한 새 무덤에 정중히 안장하였습니다. 해질 무렵에 동굴 입구를 돌로 막고 봉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몸은 영광스럽게 죽음을 깨고 승리의 부활이 올 때를 기다립니다.(묵상)
♧ 그리하여 내 이승의 삶은 끝났다. 그러나 이제 마리아에게, 막달레나에게, 베드로와 요한에게 그리고 너희에게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 사람으로서 나의 일은 끝났다. 그러나 내 교회 안에서 내 교회를 이루어야 할 나의 일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너희에게 기대한다. 나의 분신들아. 날이면 날마다 이 시간부터 나의 제자가 되어라.
♧ 내가 처음 말했듯이 나의 분신들아, 내가 내 죽음으로 내 생애를 장식할 때까지 내 생애는 미완성이었다. 너희의 길은 너희가 삶으로 그 길의 마지막을 장식하기까지는 완성되지 않으리라. 순간 순간 너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위에 내 표지가 찍혀 있음을 굳게 믿고 신뢰하면서 너희에게 다가오는 매순간을 그대로 받아 들여라. 단순한 신앙, 이것만 있으면 된다. 가슴에 대고 속삭이라, ‘ 주님, 저는 원합니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나를 먼데서 찾지 말라. 나는 바로 옆에 있다. 너희 사무실과 부엌이 너희가 사랑을 바치는 제대이다. 그리고 내가 거기에 너희와 함께 있다. 이제 가라. 네 십자가를 져라. 그리고 너희 삶으로 너희의 길을 완성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아멘
마치는 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