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영화 '괴물' 감상, 한강의 기적 겉과 속
봉준호의 영화 '괴물' 감상
한강의 기적 겉과 속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해서 먹고사는 아버지(변희봉)은 삼남매를 두고 있다. 첫째이자 현서(고아성)의 아버지인 강두(송강호)는 어린 시절 입었던 알 수 없는 충격 탓인지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 둘째 남일(박해일)은 운동권 출신 백수이다. 셋째 남주(배두나) 결정적 순간에 템포를 잃고 메달을 놓치는 양궁선수이다. 가족의 보배인 현서는 미래와 연결된 유일한 존재이자 희망이다.
한강 둔치로 오징어 배달을 나간 강두는 우연히 웅성웅성 모여있는 사람들 속에서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생전 보도 못한 무언가가 한강다리에 매달려 움직인다. 괴물이다! 사람들은 마냥 신기해하며 핸드폰, 디카로 정신없이 찍어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둔치 위로 올라와 사람들을 거침없이 깔아뭉개고, 무차별로 물어뜯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한다.
강두도 뒤늦게 딸 현서를 데리고 정신 없이 도망가지만,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꼭 잡았던 현서의 손을 놓치고 만다. 그 순간 괴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현서를 낚아채 유유히 한강으로 사라진다. 하루아침에 집과 생계, 그리고 가장 소중한 현서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된 강두 가족은 한강 어딘가에 있을 현서를 찾아 나선다.
두려움 속에서도 용감하게 모성을 발휘한 현서의 행동은 개발의 논리, 경쟁의 논리, 적자생존의 논리를 넘어선다. 현서의 희생으로 괴물로부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꼬마가 강두에 의해 가족으로 받아들여진다.
강두가 꼬마와 저녁식사를 하는 마지막 장면은 ‘살인의 추억’의 암울함과 분노 대신 희망을 보여준다. 이제 매점이라는 공간은 한강변의 고층 아파트에 비해 결코 초라하지 않다. 강두가 현서 대신 껴안은 꼬마는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열쇠이다.
한강은 압축 근대화의 화려한 얼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동시에 미군주둔이라는 외세가 초래한 오염으로 탄생한 괴물이 서식하고 있는 축축하고 어두운 장소이다. 영화는 근대화와 한미관계가 낳은 산물이 ‘한강’의 ‘괴물’이라는 중첩적인 풍자를 바땅에 깔고 있다.
영화는 소득분배 피라미드의 아래쪽에 속한 가족의 존재를 딛고 환경오염이라는 희생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을 보여주면서 바로 그것이 현서의 희생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