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길

이해할 수 없는 십자가

사통팔달 주막집 2017. 12. 18. 01:26

이해할 수 없는 십자가





벌써 40년 가까이 십자가에 대해 가르치며 살아 왔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알 수 없는 것이 십자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모르겠어. 어떻게 하느님이 날 사랑하셔서 날 대신하여 자기 목숨을 버릴 수 있지?’ 신학적인 설명이나 해석은 가능하지 모르지만, 저의 얄팍한 깨달음, 좁은 지성으로는 도무지 그 깊이를 다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산악인 박정헌씨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후배와 함께 히말라야의 촐라채 봉에 올라 천하를 소유한 듯한 기쁨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자일 하나로 자신과 후배의 허리를 묶고 내려오는데 그만 후배가 발을 헛디뎌 큰 얼음 빙벽 사이에 난 골짜기에 빠졌습니다. 그곳은 빠졌다 하면 꼼짝없이 죽음에 이르는 골짜기입니다. 앞서 가던 박정헌 씨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사투 벌입니다.

 

산을 오르느라 힘이 다 손진된 데다가 두 사람을 연걸하던 자일이 가슴을 후려쳐 갈비뼈 2개가 부러진 상황입니다. 공중에 매달려 죽을 힘을 쓰던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자신이 죽을지언정 후배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버틸 것인가? 아니면 자일을 끊고 혼자라도 살아 돌아갈 것인가?

 

이 일이 있기 20년 전,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매스너도 똑같은 상황에 놓인 적이 있습니다. 결국 그 골짜기에 빠진 사람은 그의 친동생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자일을 끊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박정헌씨는 피도 섞이지 않은 후배를 살리기 위해서 몇 시간의 사투를 벌였고 결국 구덩이에서 그를 끌어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원래 계획했던 날짜가 지나고 9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자 둘 다 죽었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박정헌 씨는 추락 중에 두 다리가 부러진 후배를 업고, 안고, 부축하여 빙벽을 타고 암벽을 넘어 살아 돌아왔습니다. 후송된 후에 못 쓰게 된 손가락 여덟 개와 발가락을 잘랐습니다. 30대 후반의 남자가 손가락 여덟 개를 잘랐다니 신악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났음은 물론, 어떤 일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만 것입니다.

 

꼭 그래야 했을까요? 자기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거는 사람은 드뭅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요.

 

그런데 박정현 씨가 내 아들이라면, 그래도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부모로서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물며 하느님의 아들이 나 대신에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보다 더 좋은 복이 없다, 옥한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