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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기도

사통팔달 주막집 2017. 9. 22. 04:30

최후의 기도




저 허공과 나 사이 어둠의 장막을 거두어 주오.

이 땅 위의 모든 경계선과 철망과 담장을 거두어 주오.

사람들의 미움과 탐욕과 차별을 거두어 주오.

나와 저들의 체념과 절망을 거두어 주오.

 

소생케 해주오. 나에게 놀람과 눈물과 기도를,

소생케 해주오. 죽음 모든 이들의 꿈과 사랑을,

소생케 해주오. 인공이 빚어낸 자연의 모든 파괴된 상처를.

그리고 허락하오. 저 바위에게 말을,

이 바람에게 모습을,

오오, 나에게 순수의 발광체로 영생할 것을 허락하오.

 

구상 1919-2004 시인